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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기사】 "제 시신을 연구에 쓰세요" 암과 6번 싸운 12세 소년의 유언 [한국일보, 2020.11.29]

작성일 20-11-30 20:19 219회 0건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0112911460001796

왼팔, 쇄골 절단 등 다섯 번 암 수술
"의수 만드는 로봇공학자 되고파"
투병 중 초등졸업시험, 사후 합격
"엄마, 내가 먼저 죽으면 어떡하지? 그러면 (시신을) 과학 연구에 쓰게 기증해 주세요." "엄마, 눕고 싶지 않아요, 앉고 싶어요. 나를 안아주세요."

지난 12일 수술을 앞두고 싱가포르 12세 소년 라파엘리가 남긴 말은 유언이 됐다. 깊은 잠에 빠진 라파엘은 수술 도중 과다 출혈로 뇌 손상을 입었고 다음날 세상을 떠났다. 수술 며칠 전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를 엄마가 해줬지만 통증 때문에 식욕이 없자 이렇게 말했다. "엄마, 다 먹지 못해 미안해요.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배가 꽉 차 있어요."

라파엘은 태어날 때부터 암에 걸리기 쉬운 희귀 유전질환을 앓았다. 라파엘은 생후 8개월이던 2008년 육종암(횡문근육종) 진단을 받고 1년간 화학치료를 한 뒤 상태가 호전됐다. 그러나 초등학교 2학년 때인 2016년 골종양이 발견돼 첫 번째 수술을 받았다. 이듬해 왼쪽 손목 근처에서 부종이 발견돼 팔을 절단했다. 지난해 12월 오른쪽 쇄골에서 종양이 발견돼 쇄골을 잘랐다. 올해 4월 폐로 퍼진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8월 폐암이 재발했고, 넉 달 뒤 수술에선 깨어나지 못했다. 12년간 6번의 암 투병, 5번의 수술, 암과 동행한 짧은 생이었다.

삶의 절반을 감당하기 힘든 고통 속에 살았지만 라파엘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고, 체스, 로봇공학, 토론 등 여러 동아리에 가입했을 만큼 호기심이 많고 사교적인 아이였다. 아버지 윌리엄리(47)씨는 "아들이 팔을 잃은 뒤 의수나 의족을 만드는 로봇공학자를 꿈꿨다"고 말했다.

라파엘은 병마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이 싸우고 있는 암을 공부하고 의사와 간호사에게 관련 정보를 묻기도 했다. 그는 병동에 있는 또래 암 환자를 격려한 활동으로 '영감을 주는 환자' 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친구는 "왼팔이 없는데도 모험 캠프의 장애물 코스를 완주한 친구"라고 기억했다. 다른 친구는 "지금이라도 당장 라파엘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함께 농담을 주고 받을 것 같다"고 했다.

투병 중임에도 라파엘은 올해 초등학교졸업시험(PSLE)을 치렀다. PSLE는 이후 대학 입학에도 영향을 미쳐 '싱가포르의 예비 수능'이라 불린다. 부모는 내년으로 미루자고 말렸지만 라파엘은 동영상 강의 시청, 교사와 친구들의 병원 방문 등을 통해 공부를 이어갔다. 시험 결과는 라파엘이 숨지고 12일 뒤인 25일 나왔다. 부모는 합격증을 아들의 영전에 놓았다. 그가 사후에 이 세상으로부터 받은 첫 선물인 셈이다.

29일 스트레이츠타임스는 라파엘의 삶을 소개했다. 라파엘과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는 8월 암 진단을 받았다. 라파엘의 엄마는 아들을 돌보기 위해 보육교사를 그만뒀다. 엄마는 "아들이 '엄마를 사랑합니다'라고 적은 메모를 담아 준 병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소망했다. "아들이 남긴 유산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힘이 되기를."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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